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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독서 기록

2월의 독서기록/ 목소리를 드릴게요, 삼체, 피어클리벤의 금화, 소년이 온다, Little Fires Everywhere, The One 등

by Gina Nextdoor 2020. 3. 4.

2월에는 총 12권의 책, 총 4377페이지를 읽었습니다.

한국어로 4권, 영어로 8권을 읽었고

2권은 남성 작가의 책, 10권은 여성 작가의 책입니다.

종이책으로 9권을 읽고 전자책 및 오디오북으로 3권을 읽었네요.

 

지난 포스팅에서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최대한 짧게 리뷰해보겠습니다.

 

 

01. Such A Fun Age / Kiley Reid

02. Dear Edward / Ann Napolitano

03. Little Fires Everywhere / Celeste Ng

04. 소년이 온다 / 한강

05. Serpent & Dove / Shelby Mahurin

06. The Scent Keeper / Erica Bauermeister

07. The Sun Down Motel / Simone St. James

08. The Girl with the Louding Voice / Abi Dare

09. 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10. 삼체 / 류츠신

11. 피어클리벤의 금화 / 신서로

12. The One / John Marrs

 


01. Such A Fun Age / Kiley Reid (4/5)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1월의 책입니다. 결국 2월에 들어와서 다 읽게 되었어요.

벼락부자의 딸로 자란 백인인 알릭스, 알릭스의 고등학교 시절 남친이었던 켈리, 그리고 알릭스의 베이비시터인 흑인 아미라의 이야기입니다. 아미라는 20대 중반임에도 경력을 쌓고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과 달리 베이비시터나 파트타임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알릭스는 블로그에 글을 쓰던 것이 잘 돼서 현재는 뉴욕 시티에 있는 잘 나가는 회사의 경영자입니다. 알릭스의 집에 일이 생겨 경찰을 부르는데, 그 상황을 아이가 무서워할 것 같아서 친구들과 파티 중인 아미라에게 연락해 잠깐 아이를 데리고 나가 있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근처 슈퍼마켓에서 시간을 때우던 아미라는 흑인이고 베이비시터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괴범 취급을 당합니다. 

 

이 책에는 아주 여러 형태의 '인종 차별 주의'가 등장합니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미묘하거나 선의로 포장한 차별 주의가 보여지기에 읽으면서도 긴가민가할 때가 있어요. 

오히려 그런 점이 현 시점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차별인가에 관해 논하기 딱 좋은 책입니다.

 

술술 읽히고 흥미롭고, 극단적으로 훈훈한 마무리가 아니라 더 좋았습니다.

 

02. Dear Edward / Ann Napolitano (5/5)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려는 에드워드와 가족을 태운 비행기가 추락하여 전 승객이 사망하고 유일하게 12살 에드워드만이 살아남습니다.

 

사고 이후의 에드워드가 견뎌내는 과정과 사고 전의 여러 승객들의 이야기가 교차 시점으로 그려집니다. 

사망한 승객들의 남은 가족들이 에드워드에게 본의 아니게 지운 짐의 무게가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2월의 최고의 책이었어요.

 

03. Little Fires Everywhere / Celeste Ng (4.5/5)

계속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야 읽게 된 책.

리즈 위더스푼 주연으로 훌루에서 시리즈화된다고 해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책이에요.

 

그림과도 같이 완벽하게 평화로운 셰이커 하이츠에 미아와 딸, 펄이 이사옵니다. 

이들은 동네 주민인 리처드슨 가족이 소유하는 집에 세들어 살게 되고 리처드슨 가의 4명의 아이들은 이 가족과 가까워집니다. 리처드슨 부인의 친구가 소방서에 버려진 중국계 아기를 입양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미아와 같은 음식점에서 일하는 동료가 '잃어버린' 아기이기 때문이죠. 이 문제에 미아와 리처드슨 부인이 각각 개입하면서 미아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납니다.

 

아기 입양 문제 외에도 각각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평행으로 진행되니 확실히 시리즈로 만들면 재미있겠네요.

 

04. 소년이 온다 / 한강  (4/5)

별 생각 없이 한강 작가의 책이라 대여했다가 광주 사건을 다룬 책인 것을 알고 슬퍼졌었습니다.

이 광주 사건은 다른 책이나 영화, 웹툰을 통해서도 많이 접했었는데 몇 번을 들어도 마음이 아프고 분개하게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소년이 온다'도 한강 작가 특유의 담담함으로 사실을 담아내어, 그 담담함에 이 더 차갑게 다가왔던 책입니다.

연작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결국 모두 맞물려있습니다.

 

05. Serpent & Dove / Shelby Mahurin (4/5)

아... 

Serpent & Dove.

제목만 봐도 얼굴이 풀리고 흐뭇해집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오랜만에 '최애'가 생겼기 때문이죠.

 

판타지 장르의 이 책은 마녀인 '루'와 마녀사냥단의 캡틴인 '리드'가 결혼해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그리고 처음에는 참 억지스럽다고 생각되는 이유로 루와 리드는 결혼을 합니다. 

(이 억지스러움은 끝에 여러 상황이 밝혀지면서 약간은 용납이 됩니다.

약간입니다, 여전히 억지스럽다고는 생각해요)

 

가톨릭 주교가 세우고 이끄는 마녀사냥단의 단원들은 대성당에서 살아가고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독신으로 마녀 사냥을 위해서만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금욕적이며 바른생활 사나이인 리드가 도둑질과 음담패설을 서슴지 않고 늘어놓는 루와 결혼해서 성당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흐뭇합니다. 

 

물론 전체적인 흐름과 전개도 탄탄하고 기승전결이 확실한데

그건 모르겠고 저는 리드가 너무 좋거든요....

 

올해 2편도 나온다고 하니 기대하겠습니다!

 

아, YA이긴 한데 청소년 이상 등급입니다.

 

06. The Scent Keeper / Erica Bauermeister (4/5)

리즈 위더스푼의 2월의 책. 

외딴섬에서 아빠와 딸이 살아갑니다. 두 사람의 오두막의 한 면은 작은 서랍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 서랍 안에는 향지 (향을 담은 종이)가 들어있는 유리병이 들어있습니다. 아빠에게는 향을 담아내는 카메라 같은 기계가 있고 주기적으로 기억을 담기 위해 향을 '찍습니다'.

 

아빠가 죽고 난 후 섬 바깥으로 나오게 된 에멀라인은 자신과 아빠의 과거를 파헤치다가 엄마를 알게 됩니다.

 

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더 흥미로우실 거예요.

책을 읽다가 갑자기 향수를 뿌리러 가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전개도 빠르고 재미있었는데 마무리가 좀 별로였던 책입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분위기가 비슷한데 이 책은 현대물입니다.

 

07. The Sun Down Motel / Simone St. James (4/5)

1980년대에 모텔에서 일하다가 실종된 이모 비비안의 흔적을 찾고 싶어서 조카인 칼리는 2017년에 그 모텔을 찾아갑니다.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하는 건 칼리뿐만이 아니죠. 이모인 비비안 또한 1982년에 주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모텔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현상을 연결 지어 생각하고 수사합니다. 

 

1982년의 비비안과 2017년의 칼리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보여집니다.

한 장 한 장이 너무 흥미로워서 숨죽이고 읽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

마무리 텐션이 떨어지는 책...

그리고 같은 모텔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데 비비안 때 일어났던 일이 칼리 때에도 똑같이 일어나니까 살짝 지겨운 감도 있었어요.

 

주변 캐릭터들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서 좋았는데 칼리 룸메이트 설정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재밌게 읽은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물이었네요.

 

 

08. The Girl with the Louding Voice / Abi Dare (4.5/5)

리드 위드 제나의 2월의 픽.

나이지리아 외진 마을에서 엄마를 잃고 아빠와 오빠, 남동생과 살아가는 아두니(Adunni)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부유한 택시 운전사에게 13살의 나이에 세 번째 부인으로 팔려갑니다.

 

보기만 하면 괴롭히는 첫 번째 부인과 달리 두 번째 부인은 나이도 비슷하고 아두니에게 상냥하게 대해줍니다. 아들을 낳기 위해 4번째 임신을 한 둘째 부인은 가야 할 곳이 있다며 아두니의 동행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둘째 부인이 찾은 곳은 병원이 아니었고 그곳에서 부인은 사망합니다. 누명을 쓰게 된 아두니는 도망치고 결국 직업중개업자의 도움으로 부유한 저택의 하녀로 들어갑니다.

 

아두니는 엄마가 살아있었을 때 학교에 다녔었고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어 합니다.

아두니의 꿈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이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역시나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입니다. 아두니의 시점인 1인칭으로 쓰인 책이라 책 전체가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로 쓰여있어서 초반에는 읽기 힘들었어요. 후반으로 갈수록 문법이 나아지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09. 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3.5/5)

정말 너무 읽고 싶었던 '목소리를 드릴게요'

정세랑 작가님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고 획기적인데, 단편으로 내지 않고 하나씩 장편으로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대부분 '리셋'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는 '리틀 베이비 블루 필'이 가장 좋았습니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다양한 각도에서 최대한 생각해봤다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미드 '빅뱅이론'에 보면 셸든과 에이미가 자주 하는 게임 중에 '만약 000가 없다면'라는 게임이 있는데, 예를 들어 '만약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해서 평행우주를 상상하는 거예요.

저 같은 단순한 사람은 '유대인이 많이 죽지 않았을 거다'라는 1차적인 답을 내는데 반해 셸든과 에이미는 몇십 번을 꼬아서 답을 내죠. 정세랑 작가님의 '리틀 베이비 블루 필'이 바로 그런 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장편으로 내주세요...

 

10. 삼체 / 류츠신 (4.5/5)

아...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이 간략했다면 이 '삼체'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들어있어서 완전한 맨 정신으로도 반 정도는 흘려보내고 읽어야 뇌에 과부하가 오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삼체'는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소설입니다만 방대한 과학 지식과 더불어 지구의 역사, 중국의 근대 역사 등이 담겨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하나둘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는데 주인공인 왕먀오 박사의 눈 앞에 갑자기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왕먀오는 동료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게임 <삼체>를 시작합니다. 이 게임 내에는 난세기와 항세기가 무작위로 반복되고, 이 문제를 풀지 못해 문명은 계속해서 사라졌다가 시작하기를 반복합니다. 이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게임 <삼체>의 목적입니다. 물론 게임을 하는 것만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니죠, 누가 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얘기도 함께 보입니다. 

 

정신없이 읽다 보니 책이 끝나 있더군요.

3부작이기 때문에 곧 나머지도 읽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대단하고, 스케일도 어마어마한데... 굳이 그렇게 엄청난 지식을 욱여넣어야 했을까.. 싶기도 하고...

이해하려고 하면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이 작가가 도박인지 게임으로 돈을 잃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이 책을 썼다는데!

보통 그런 상황에서는 <돈은 없지만 도박은 하고 싶어>라든지, <무일푼으로 살아가는 법> 같은 책을 쓰지 않습니까? 

계기가 어떻게 됐든 책을 써줘서 고마운 마음입니다만...

 

11. 피어클리벤의 금화 / 신서로 (4/5)

여기에 또 판타지 책을 가장한 지적 교양서가 있습니다.

이 책은 피어클리벤 가의 영애를 용이 '너를 먹겠다'라고 선언함으로 시작하는 하이 판타지 소설입니다.

용도 나오고, 고블린도 나오고, 용사도 나오고, 오거도 나오는 그런 판타지죠.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종족 간의 교섭을 통해 경제, 무역, 정치, 그리고 솔직히 한문까지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괜히 책 제목이 <피어클리벤의 '금화'>인게 아니에요.

이 책이 판타지 장르가 분명한 증거는 바로 종족, 상황, 남녀노소,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다 말이 통하고 이해하며 알아듣는다는 것뿐일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하나같이 말을 잘 알아들어먹는지 정말 통쾌할 정도예요.

 

말을 잘라먹는 사람 (이나 마물)?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 (또는 마물)? 없습니다

말은 그만하고 무력으로 겨루자는 사람 (또는 마물)? 없죠.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그래도 싫다는 사람(이나 마물)? 없어요

 

내가 사람이랑 말을 하는지, 벽에 대고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속 시원한 책은 없을 겁니다.

말을 잘하고 싶은데 조리 있게 못해서 답답한 사람들에게도 사이다를 보장합니다.

 

평생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런 경우엔 한자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하여튼, 재미있어요.

괜히 수년에 걸쳐 연재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2권까지 읽으면 정식 연재처인 브릿G를 통해서 읽고 싶네요.

 

12. The One / John Marrs (3/5)

 

이 책은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듣다가 뒤가 너무 궁금해서 책으로 찾아보았으나, 책은 없고 오디오북만 있어서!!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차분히 읽어 들어나간 책입니다.

 

이 책 역시 SF소설로, 과학의 발전으로 모든 사람에게는 이미 DNA 단계에서 결정된 짝이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DNA를 등록해 짝을 찾는 것이 일반화된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다섯 명의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돌아가면서 나옵니다.

처음에는 그냥 한 명씩 쭉 연결해서 얘기하는 게 나을 텐데, 했는데 역시 끝부분에 연결고리가 있더군요.

 

이 다섯 명의 등장인물은 각각 아주 흥미롭습니다.

 

엘리- 대기업 사장이지만 자신의 짝은 아주 소박하고 평범한 남자

맨디- 겨우 짝이 나타났는데 연락이 없어서 페북을 뒤져보니 사고로 죽었음

제이드- 자신은 영국에 사는데 짝은 호주에 살아서 몇 년간 전화로 장거리 관계를 유지함

크리스토퍼- 연쇄살인마인데 짝은 경찰

닉- 약혼녀가 우리도 짝인지 한 번 해보자, 해서 신청했는데 둘은 짝이 아니고 자신의 짝은 웬 남자.

 

특히 맨디의 이야기는 정말 갈수록 막장드라마처럼 전개돼서 놀라웠고

참 뻔할 것 같았던 닉의 이야기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재밌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들었다가 푹 빠졌던 책이에요.

원제는 A Thousand Small Explosions인 걸로 아는데, 솔직히 원제가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12권을 읽어봤습니다.

2월은 조금 짧아도 방학이 있어서 훨씬 많이 읽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어요.

그래도 이번 달도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행복했습니다.

 

3월에도 좋은 책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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